KIM HONG 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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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English


원초성(原初性)의 이미지로서의 동심(童心)

김광 명(숭실대 교수·예술철학)


김홍태의작품세계를 지탱해주는 축()은 무엇인가?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자유로움이나 자유분방함 그리고 근원적인 어떤 것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태초의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였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문명의발달이 이 자유를 여러 측면에서 제한하고 인간에게 압박을 가했을 것이다.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에서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이 반드시 긍정적인 면으로 발달해 왔다고만 단정지울 수는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그리고 인간소외의 현장에서 무엇이 탈출구인가? 우리는 다시금 인간의 근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에나예술은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반영해오면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해왔다고 하겠다. 김홍태의 일관된 주제는 동심에 나타난 원초성 또는 동심을통해 본 원초성에 대한 탐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심이란 그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가? 동심과 원초성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일찍이 인간과 자연에대해 노래하며 열렬한 신념을 지닌,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Wordsworth, 1770-1850)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노나라고 읊으면서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동심은 원초적인 경향이나 성향을 지니고서 우리로 하여금근원에로 회귀하게 한다. 동심과 원시성은 단순함과 순진무구함에서 서로 만난다. 모든 의미가 단순성 속에 압축되어 있거니와 상징성이 강하다. 그것은꾸밈이 없고 가식이 없으며 생명력이 강하다.

초기엔김홍태는 수채화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자신의 정서를 맑고 평온하게 표현해왔다. 이러는 과정에서 그는마음의 바탕을 흐르는 근원적인 정서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치 근경(近景)의 배후에 원경(遠景), 사물성의 배후에 진정한 작품성이 있듯이 화면에 덧씌운 곳을 밑에서부터긁어내고 지워냄으로써 바탕에 깔린 형상을 들추어내는 작업을 한다. 적절한 면의 분할과 면의 대비를 통해긴장감을 주며, 역동성을 그려낸다. 또한 상징적인 부호나기호를 암시함으로써 우리에게 근원의 언저리를 보여 준다. 때로는 절제된 표현과 공간구성을 통해 우리의식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형상들을 넌지시 드러낸다.

그가추구하는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정서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음양의 조화이다. 음과 양은 상극이 아니라 상생을위한 요소이다. 우리에 특유한 오방색을 서로 연결해주고 상생케하는 원리는 바로 음양의 조화인 것이다. 서구회화에선 여러 요소들이 서로 갈등하며 대립을 보이지만, 우리에게선미분화되어 어우러져 생동감을 준다. 그리고 우리의 미의식은 주로 선을 통해 나타나 있기에 관조적(觀照的)이며. 정적(靜的)이다. 동적(動的)이 아닌 정적(靜的)인 선()임에도 그 원초성으로인해 생동감이 있다. 생동감 곧 생명력의 근원은 원초성이다.

마음의이미지에 새겨진 원초적인 형상은 의도적이 아닌 비의도적인 선 또는 선묘로 구성되어 있다. 선사시대의미술은 본질적으로 선의 미술이며 윤곽의 미술이다. 작품형성의 기본 요소로 선을 주로 사용하는 톰블리(CY Twombly, 1929- )의 경우를 보자. 그는 크레용, 연필, 잉크 등의 필기도구를 사용하여 종이 위에 도형, 숫자, 기호 등의 요소를 채워 넣고, 선을 통해 명상적인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긁힌 자국이 어우러진 캔버스에 인간의 삶에서나타나는 사실, 우연, 목적, 놀라움 등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김홍태가 도입하고 있는, 동굴벽화에 드러난 듯한 원시성 또는 원초성은 오랜 세월과 더불어 자연스레 빚어진 면과 조우하되 강렬한 선을통해 역동성과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역동적인 생명력은 인간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충동이다. 원시 부족의 예술활동은 삶과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아울러 종교성을 담고 있다.유한한 인간은 무한을 추구하며 근본적으로 종교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것은 여전히 오늘날에도타당하며, 원초적 생명력의 표현, 주술적 이미지, 추상성과 상징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우리는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을 의식의 표면에 끌어내 형상화한다. 부분적으로 불규칙적이고 부조화스런 형상들이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어 역동성을 보여 준다. 김홍태에게 있어 동심과 원시성은 자동기술적인 손놀림에따라 자연스레 하나로 만나며 드러난다. 하지만 이는 작가자신의 고도로 정련된 작가정신과 오랜 수련기간에서오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기술(오토매티즘)은 초현실주의에서의 비합리적인 인식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탐색해가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를테면 일체의 이성이나 의식적인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여지는 무의식적인 기법이다. 그리하여 의도되지 않은 초현실적인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환상적인 형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원시미술과의 유사성을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으니 그 자동 기술적인 환기에서 그러하다고 하겠다.

김홍태는아프리카 조각에 나타난 원시성과 벽화이미지를 드로잉적인 요소로 조합하면서 카오스로부터의 질서를 세우고, 잘절제된 형상을 보여 준다. 기법에 있어 그는 때로는 모래를 사용하여 질감의 자연스런 느낌을 이끌어내기도하고 혼합재료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동심에서 원초성을 보며, 원시성에서 동심을 찾아 형상화해내는 그의 주제에 대한 일관된 작가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시대성과도 맥락이닿거니와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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